역문[譯文]
꾀꼬리 울고 꽃이 우거져서 산과 계곡이 농염[濃艶]하여도 이 모두가 건곤[乾坤]의 환영[幻影]같은 경계요, 물이 마르고 나뭇잎 떨어져서 바위와 벼랑이 앙상하게 드러남 이 곧 천지의 참 모습이로다.
鶯花茂而山濃谷艶 總是乾坤之幻境 앵화무이산농곡염 총시건곤지환경
水木落而石瘦崖枯 纔見天地眞吾 수목락이석수애고 재견천지진오
선해[禪解]
봄에는 만물이 소생[蘇生]하면서 온 세상은 붉고 푸르게 물들이며 산과 계곡[溪谷]은 꽃과 숲으로 우거지면서 약동[躍動]하는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. 하지만 이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참 된 실재
[實在]가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환영[幻影]과 같은 경계[境界]일 뿐이다. 그래서 금강경[金剛經] 에서는 일체[一切]의 만법이 " 꿈과 같고 허깨비 같고 , 이슬같고, 물거품 같다 " 고 말한 것이며 또
이러한 " 모든 모습이 모습이 아닌 줄 알면 곧 여래[如來]를 본다 " 고 말한 것이다 . 그러나 가을이 오면 무성[茂盛]하든 잎이 지고 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드러 내는 데, 이 것은 환영이 사라 지면서
그 바탕이 드러 나는 것을 상징[象徵]한다. 즉 온갖 모습[相:상]의 근원인 체[體]가 드러 나는 것인데 어느 선사[禪師]는 이를 바탕[體]이 가을 바람에 드러난다". 고 표현[表現]헀다 . 이때 가을의
체[體]를 잃어 버리고 봄의 환영에만 집착[執着]하면 이는 범부[凡夫]의 살림살이 이며, 봄의 환영을 제거[除去]해서 가을의 체[體]에만 안주[安住]하려고 하면 이는 이승[二乘:대승과 소승]의
살림살이 이다. 그러므로 보살도[菩薩道]를 닦는 진정한 수행자[修行者]라면 봄과 가을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. 즉 체[體:바탕]와 상[相:모습]이 서로 원융[圓融]하는 것이야 말로 참
다운 禪[선] 수행[修行]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.
불교[佛敎]로 보는 채근담[採根譚] : 평상심의 경계 .
|